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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커피 한 잔으로 배우는 경제학





조지무쇼 지음


  어제였다.
  이번주 금요일에 있는 공업수학 퀴즈 준비를 하기위해 도서관에 갔다. 오오.. 오랜만에 오는 도서관.. 이런 학구적인 분위기. 좋다!! 그런데 문제는, 사방이 가로막힌 '열람실' 로 간게 아니라.. 매력적인 신간도서관들이 쫘악~ 깔려있는 '자료실'로 갔다는 것...

  후 -_-
  슬쩍~ 둘러만 봐도.. 읽고 싶은 책들이 수두룩..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릴것 같은 책들은 제목을 메모해 놓으면서 '2주만 참자.. 2주만 참자..'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실패-.-
  그래서 최대한 가벼운 책으로 한권 뽑아 들었다.

  '커피 한잔으로 배우는 경제학'. 다른 경제학들과 특별히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요즘 '까페' 라는 것에 관심이 생겨, '커피' 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들어 한번 읽어 보았다. 아, 물론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삽화들이.. 덜 따분해 보였기도 하고 -.-

  내용중 대부분은 그냥 말 그대로 한잔의 커피를 통해서 배우는 경제의 흐름이었다. 수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커피를 팔아야 하는지, 뭐 이런저러한 것들.. not so interesting!

  그런데 한가지 흥미 있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자신의 몸값에 따른 경제적인 커피 음용방법' 이라고나 할까.. -_-;


  대략적인 이야기는 이러하다.

  한 잔의 커피를 내가 직접 타마시는데는 5분이라는 시간과 500원이라는 원가가 들고 까페에서 한잔을 주문해서 마시는 데는 5천원이 든다고 가정하자. 커피 한잔을 타는데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은 시급이 1만2천원인 사람의 경우 자신의 노동력을 포함하여 실제로는 1500원의 경제비용이 지출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직접 타마시는 것이 까페에서 주문해서 마시는 것보다 3500원의 비용이 절약된다.

  그렇다면 시급이 12만원인 사람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 사람이 커피를 직접 타마시면 자신의 노동력 1만원과 커피 원가 500원을 합한, 1만 500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람의 경우에는 까페에서 주문해서 마시는 것이 무려, 5500원이 절약된다.

  오오.. 뭔가 신비로운 이야기다. 자신이 직접 타마시는 것보다 까페에 가서 좋은 분위기에,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마시는 것이 더 저렴하다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란 말인가!!! -_-;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경우로 나눠서 생각해봤다.

  시급 12만원을 받는 사람이 근무중에 커피를 마시는 경우와, 퇴근 후 커피를 마시는 경우.

  우선 근무중에 마시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빡빡한 회사라도 커피 타는 시간 5분을 재서, 그것을 제외하고 빼고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_- 그러므로 이 경우, 개인에게서 커피 원가 500원이 지출된다. 까페에 가서 마실 경우는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전히 너그럽다 가정하여, 이 경우도 근무 시간안에 포함 시켜준다고 해도, 커피값 5000원이 지출된다. 만약 회사가 그만큼 너그럽지 않다고 한다면, 5분간 광속으로 까페에 다녀온다고 가정하더라도 15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 퇴근 후를 생각해보자.
  집에서 커피를 직접 타마시는 경우 커피 원가 500원 소요. 까페에서 사마실경우 5000원 소요.

  .........어라? 어느 경우에도 커피를 사서 마시는게 손해네?
  후후후. 그랬다. '자신의 몸값에 따른 경제적인 커피 음용방법' 이론에는 결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몸값을 24시간 내내 인정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직장에서 시급을 많이 받는 사람의 시간도, 일단 퇴근을 한 후에는 남들과 똑같은 값어치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값에 따른 경제적인 커피 음용방법' 에 따르면 이런 스토리 전개가 가능하게 된다.

  엄청나게 늘어진 줄에서, 1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린 백수 구씨. 그의 뒤에는 1분에 백만원을 버는 빌게이츠가 방금 도착하여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곧 버스가 도착하여 사람들이 하나둘 버스에 올라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빌게이츠 바로 앞에서 만차가 되버리고 만다.

  이 때 빌게이츠의 당당한 외침,

  "아니 내가 여기서 기다리면서 지출한 비용이 얼만데! 나는 안태우고 저 사람들만 태우는 거요? 저기 백수를 당장 쫒아내고 나를 태워주시요!"


  결론적으로,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커피는 자신이 직접 타먹는게 가장 경제적이다' 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에서 소개된 이론과 방금 생각 해보았던 케이스와의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커피를 타면서 소비한 5분 만큼의 손해는 어디로 가는 것이란 말인가?

  여기서 우리는 이야기의 저~ 뒷편에서 쓸쓸이 눈물 흘리고 있는 '회사'를 생각 해야 한다. 그렇다. 그 5분만큼의 손해는 회사가 보는 것이다. 회사는 사람을 고용하여 5분당 1만원을 주면서 스스로 커피를 타먹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는 천불이 날 짓이다. 아니, 5분간 1만원이나 받으면서 하는일이 고작 자기 커피를 타먹는 것이라니!?

  이런 어이없는 불상사를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커피를 못마시게 할 수 도 없는 일이고. 커피 타는 시간을 체크해서 일일이 수당을 제할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나 포기하긴 이르다. 해결방안이 있다. '적은 시급을 받는 심부름꾼'을 한사람 더 고용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12만원이나 시급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커피를 타느라 수고 할 필요도 없고, 회사도 돈을 낭비 하지 않아도 된다.

  어? 그런데.. 어딘가 친근하다.

  그렇다. 그게 바로 '비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