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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영어' - 누굴위해 공부하는가?




  오늘 아침..
  오랜만에 소박하게 아침식사를 차려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늘상 해오던 고민에 또다시 빠지게 되었다. (가끔씩 이런다.. 정신이 자꾸 육체를 이탈한다 -_-;....)

'왜 한국 사람들은 영어 서적을 볼 때, 도저히 그냥 읽지를 못하고 번역 하려 하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번역' 이라는 작업은, 영어와 동시에 한국어를 통달한 사람이나 시도 해봄직한.. 그런 고차원의 것이다. 왜냐면, 언어라는 것은 그 문화적 배경과 제작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그 어떠한 문장이나 단어도 1:1로 완벽하게 대응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의 문장을 한번 보자.

원문 : I can't remember a year when the selections were more revealing about the character of the candidates.
직역 : 나는 기억할수 없다. 어떤 해를 / 선거가 더 잘보여주는 / 후보의 성격을
번역 : 올해의 선거는 다른 어떤 해보다도 후보의 성격을 잘 나타내 주었다.

원문 : To make your money go as far as possible, it is a good idea to keep track of your spending habits.
직역 : 당신의 돈이 가능한 멀리가게 하기 위해서, 그것은 좋은 생각이다 / 당신의 지출습관을 추적하는 것
번역 : 돈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가계부를 작성하라.


  갑자기 생각 하려니 잘 떠오르는게 없어서 인터넷에서 긁어 왔다. 과연 몇프로의 한국 사람이 원문에서 번역으로 그럴싸 하게 옮길 수 있을까? 번역이라는 것은, 영어는 물론이고 그 분야에 대해서 정통한 사람이 문맥속에서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여 한국어로 다시 적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글쓰기 능력도 아주 중요시 되는 그런 작업이다.

그런데 과연, 모든 한국인 들이.. 저런 번역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번역 해내려고 끙끙대는 것일까?
정녕 그들 모두는 번역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

  바로 여기까지가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설겆이를 하면서 번쩍! 떠오른 것이! 바로 저 의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쁨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가?
  내가 중. 고등학교 다닐때는 수업시간이면 영어선생님이 어김없이 학생 한명을 불러 세워서는.. 영어 교과서 본문을 '읽고' '해석' 하라고 시켰다. 지금도 이러한 형태의 수업이 변했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자, 한번 생각해보자. '읽고, 해석' 한다는 것.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읽는 것은 좋다 치자.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해석' 해야 하는가? 혹시나 이해가 안되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

  아니다. '학생이 그 문장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한국인 선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평가'를 위한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해석' 또는 '번역' 하는 것은 단순히 '읽고, 이해' 하는 작업보다는 훨씬 고차원적인 작업이다. 그런데 단순히 읽고, 이해 하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번역'을 시키다니? 만약 교과서에 'To make your money go as far as possible' 이런 문장이 나온다면... 선생님은 이런식으로 말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돈이 간다.' 라는 것이 돈을 잃는게 아니라 돈을 버는 것입니다. 숙어입니다. 외우세요."
make someone's money go

  놀랍지 않은가? 이제까지 알아왔던 go의 의미를 완전히 반대의 의미로 다시 외워야 한다니... 그래서 영어가 미치도록 어렵고 짜증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적는 나도 저걸 저렇게 외워서 이해할 생각을 하니.. 속이 울렁거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위에서 설명한 '멋진 영어 공부 방법' 을 몸에 체득하게 되고... 저 멋진 표현 'make someone's money go' 를 열심히 암기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표현들만 모아놓은 영단어, 영숙어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게 되는거고... 우리는 그 많은 표현들을 보고 또다시 좌절한다. '이걸 어떻게 다 외운담...'

  사실, '영어' 라는 언어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쓰기 위해서는 사실 위의 과정은 '전혀' 필요가 없다. 단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군더더기일 뿐이다. 그래서 언어 시험이 발달한 국가 일수록 실제 그 언어의 습득도는 낮은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 이다. 유럽의 여러 비영어권 나라들에서는 우리처럼 영어에 목숨을 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월등히 영어를 잘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 을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하면 '해석' 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된다. 자신만 읽고 이해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모국어로 재작문 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 외국에서 살다온 원어민도 아니고, 영어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많이 배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를 위한 공부는 스트레스도 쌓이지 않고, 쉬우며, 즐겁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다보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영어 성적' 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는 것.


힘들게 쓸데 없는 공부를 할 것이냐, 즐기며 쉬운 공부를 할 것인가는 당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