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스피지수가 4% 나 하락한.. 블랙 먼데이 였다.
그와 동시에.. 지난 몇 달간 소소히 잃고 따면서 배우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던
주식시장에서 완전히 손털고 나오게 해준... 그런 날이었다.
지난 2004년, 2년간의 제3금융권 정기예금으로 15%정도의 수익을 본 나는,
'재테크' 라는 세계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그 이후, 여러 경제 서적들을 섭렵하는 과정에서 워렌 버핏에 관한 책도 보고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라는 베스트 셀러도 읽게 되면서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져갔다.
'젊었을 때 실패를 해봐야 다시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성공할 수 있다.'
라는 부자아빠의 말을 굳게 믿는 나는
2008년 5월, 친구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주식거래.
제일 처음 샀던 주식은 SK텔레콤 이었다.
1주당 18만원으로, 저평가 되어있는 '우량주' 였던 그 주식은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몇 주 후, 20만원 근처까지 오른 그 주식은 10%라는 수익을 안겨다 주었고,
몇 주만에 정기예금의 1년 금리보다 많은 수익을 주는 주식 시장이라는 재테크 수단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몇 달간은..
상한가나 하한가 같은 기본적인 단어에서 부터..
봉차트, 일봉, 월봉, 이평선, 스토캐스틱, 인벨롭.... 등의 차트 분석법 까지..
주식시장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에 푸욱 빠져 살았다.
그리고는 무슨 일을 하던.. 나만의 방식을 찾아서 그걸로 밀고 나가는 성격 때문에..
곧 나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그리고 짧은 경험에 비추어 봐서는, 승리 할 수 밖에 없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건 한참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호황일 2007년도에나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그때는 어떤 주식을 사도 묵혀 놓기만 하면 돈이 되는 그런 때였던 것이다.
올해 하반기 부터 터져나온 여러가지 사건들..
광우병 사태, 국제 유가 폭등, 곡물 가격인상, 그리고 원화 가치 하락.. 등등...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검은 구름을 벌써부터 말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나의 좁은 안목이 그런 큰 흐름을 읽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주식 시장에 이런말이 있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나는 처음에는 그말이,
주식 거래에 너무 집착해서 가족과 주위사람들에게 소홀 하는것을 경계하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시장이 불황인데 자신의 주식만 오를꺼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랬다. 나는 주식과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하락하는 시장 흐름에서도,
10%의 손절선도 지키지 못한채 마냥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20%가 넘는 손실을 보고 오늘 모두 정리했다.
그런데,
왜이리 속이 시원한걸까?
더이상 아침마다 눈뜨기가 무섭게 주식시장을 확인 안해도 돼서?
아니면, 실패를 함으로써 왠지 더 성장한 것 같아서?
우선 한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이번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단지 '주식 거래' 에 관한 것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 어떠한 기업이 무슨일을 어떻게 해서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도..
완전히 무지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왠만한 기업의 자산 규모까지도 알 정도가 되었으니..
역시 사람은 무엇이든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것 같다.
자기가 직접 해보면서 아파도 보고, 잃어도 봐야 그것을 제대로 배우는 것 같다.
...그래서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는 걸까?
P.s 이왕 떨어지는 김에 확 더 떨어졌으면 좋겠다.
한 1000포인트 까지만 떨어져라!!! 총알 재장전 하고 기다릴 테다!
횡설수설